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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렸다
세계는 지금, 미래 성장 신기술 AI에 집중
산업 전 분야에 걸쳐 AI 기술의 적용 및 활용
세계는 지금 ‘AI 앓이중’이다. 지난해에 이어 AI와 관련된 신기술이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 모든 국가와 공공기관, 민간기업 가릴 것 없이 AI라는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과학이나 공학 등 유관 분야만 바빠진 것이 아니다. 산업기술 전 분야에 걸쳐 한결같이 AI 관련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한편, 실제로 출시되자마자 시장에서 돌풍을 몰고 온 제품도 하나둘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붐-업’ 현상이 전혀 과장이나 호들갑으로 치부되지 않는 이유다. 이미 정부를 비롯한 공공 분야에서는 예산을 확보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관련 산업을 지원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고, 민간기업들도 미래의 핵심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저마다 ‘전문가 모시기’ 경쟁에 돌입했다. 2025년 상반기 [신성장조달 매거진]에서도 AI관련 특집을 마련해, 산업 분야에서 AI 관련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제품들을 지면에 소개한다.
광풍의 서막은 중국이 출시한 오픈 소스 AI 딥시크가 열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공룡들에게 심각한 위기감을 선사했던 딥시크는 메타가 개발한 AI ‘라마’의 10분의 1에 불과한 개발 비용으로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반도체 칩 시장을 주도하던 엔비디아의 주가마저 흔들리게 만들 정도로 딥시크 연쇄효과는 강력했다. 비록 모든 AI 중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난 제품은 아니었지만, 딥시크는 저렴한 개발 비용의 가능성과 AI 주도권 분산이라는 화두를 전 세계인들에게 던져주기에 충분한 ‘일대 사건’의 주인공이었다. 특히 그동안 미국의 ICT 공룡들에게 독점된 것처럼 보이던 AI 주도권 분산은,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중남미 개도국들에게도 의욕을 끓어오르게 만든 기폭제였다.
세계 최대 전시회 CES, 2년 연속 AI가 화두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CT 전시회, CES 현장에서도 AI의 중요성은 여지없이 증명됐다. ‘Dive i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는 AI 혁신 기술의 장이 펼쳐졌다. 지난 해까지 AI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160개국 4,800여 개의 기업이 참여한 올해 전시회 현장은 엔비디아, 삼성전자, SK 등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AI가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는 실질 사례들의 경연장이 되기에 충분했다.
전시회에서는 분야별 고유 데이터 및 비즈니스 로직을 반영하여 특정 산업이나 분야에 적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AI 기술이 주목받았다. 올해 CES에서는 AI가 주요 산업의 도메인에서 실질적으로 실행되는 일명 ‘AI-in-Action’ 사례가 다수 소개되었다. 산업 맞춤형 AI, 디지털 헬스, 첨단 모빌리티, 로봇공학, 지속가능성 및 안보 등 5가지 주요 트렌드를 통해 앞으로의 기술 발전 방향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확인된 AI 신기술의 특징에 대해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있는 확장성과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이라고 전했다. CES가 열린 무대의 주인공, 미국은 이미 AI의 종주국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세계 무대에서 AI 경쟁을 이끄는 양대 축은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지만, 두 나라의 간극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벌어져 있다. 스탠퍼드 AI 인덱스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AI 민간투자 금액 차이는 무려 10배 이상에 달해 비교 대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실질적으로는 미국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미국이 AI 강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인재 양성과 유치 전략에서 앞서가고 있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AI 인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가장 선두주자의 위치에서 다른 나라들을 굽어보고 있다.


세계 각국의 AI 경쟁, 인재 양성이 해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경제 성장과 노동시장 변화, 국가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각국 정부는 대규모 인재 양성 정책과 해외 전문 인력 유치 제도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문 AI 기술이 필요한 직업에 대한 구인 공고가 2012년 이후 모든 직업 평균 대비 3.5배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AI 인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 중 미국은 대학교 육성 시스템, 개방적 이민정책을 결합해 글로벌 AI 인력 블랙홀로 확실하게 자리를 굳혔다. 2020년 ‘AI 이니셔티브 연간보고서’와 2021년 ‘국가 AI 이니셔티브실’ 출범을 통해 전 주기적 지원을 실시해 왔으며, 2022년 ‘AI교육법’과 2023년 ‘NSF Educate AI Initiative’ 등으로 K-12부터 대학원까지 AI 교육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2023년에는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AI를 위한 행정명령'을 통해 AI 전문가 대상 비자 프로그램을 확대해 해외 우수 연구자 유치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 전 세계 상위 20%에 해당하는 AI 연구인력 중 중국 출신이 47%로 가장 많지만, 이들 중 57%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어 미국의 인재 흡입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압도적 강자’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중국도 막대한 정부 투자와 기업의 파격적 보수 책정, 거대한 인구 기반을 결합해 국내 AI 인재를 대량으로 양성하고 있다. 2020년 ‘치밍 계획’을 통해 귀환한 인재에게 혁신 인재 및 창업 인재는 100만 위안, 청년 인재는 50만 위안의 정착금을 지급하고, 지방정부 1:1 매칭 펀드 지원으로 실질 지원 규모를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 전방위적 교육 시스템을 갖추며, 국가와 지방정부, 기업이 합심하여 AI 분야를 집중 육성해 빠른 속도로 AI 인적자원을 늘려가고있다. 유럽의 선진국인 영국도 한때 산업혁명의 종주국이었던 명성에 맞게 인재 유치에 적극적이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글로벌 AI 리더십 유지를 목표로 2021년 ‘국가 AI 전략’을 수립하고, 고급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비자 제도를 대폭 정비해왔다. ‘Global Talent Visa’와 ‘High Potential Individual Visa’ 등을 통해 세계 상위권 대학 졸업자나 우수 연구자에게 유연한 체류와 가족 동반 혜택을 주며, AI 연구 분야에서는 UKRI를 중심으로 AI 전문 박사과정 센터와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확대해 연구 중심 인재를 육성해 가고 있다. 최근 2025년 ‘AI 기회 행동계획’에서는 AI 분야 장학제도·평생교육·해커톤 등 인재 유입경로를 다변화하여 유럽 내 AI 허브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로즈(Rhodes), 마셜(Marshall), 풀브라이트(Fulbright) 급 AI 장학금 신설과 초기 100명의 장학생 선발 등 파격적인 인재 유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앞서가는 나라의 이유
일본은 2019년부터 본격화한 AI 전략을 토대로 인재 양성과 해외 고급인재 유입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대학-기업 협력모델을 통해 고교생부터 성인 재교육까지 전방위적 AI 교육을 확대하고, 2023년 ‘특별고도인재제도(J-Skip)’ 등을 통해 해외 우수 인재에게 배우자 취업, 가사도우미 고용, 영주권 요건 완화 등 파격적인 우대 조치를 시행하면서 최근에는 AI 인재 순유입국으로 전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년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과 2024년 ‘생성형 AI 연구개발’ 정책에서 산학협력 기반의 고급인재 육성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강화를 강조하여 기술력과 실무 역량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또한 EU와의 AI 인재 상호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 연구 및 인재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AI 인재 유치를 위한 정책적 기반은 마련되었으나,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다. 2019년 ‘인공지능 국가전략’ 발표 이래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첨단산업 해외 인재 유치·활용 전략’ 등으로 폭넓은 인력 기반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기본법’으로 AI 전문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지원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Top-Tier 비자’와 ‘K-Tech Pass’ 등 해외 고급인재를 신속히 받아들이기 위한 비자 사다리 구축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디지털 인력 양성 정책 및 해외 인재 유치 정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2023년 기준 국내 AI 사업 영위 기업 2,354곳 중 81.9%가 “AI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의 인재 유치 매력도가 세계 30~40위권에 머물러 있으며, 2023년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 -0.3명(10만 명당 0.3명 순유출)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반전의 출발점은 지난 6월 5일 대한민국의 22대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AI 100조 원 공약’을 통해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선 후 대통령실에는 ‘AI 미래기획 수석비서관’이라는 생소한 명칭의 핵심 참모진도 신설됐다.

“AI 트랙에 올라타야 미래가 있다.”
선진국 핵심인재 양성, 유치 전략 경쟁
예산과 인력 부족이라는 이유가 있긴 하지만, 기존의 AI 정책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규모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업과 국민들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100조 원 AI 공약, 반전의 정책으로
이미 발표된 정책들을 토대로 살펴보면, 정부는 올해 산업·에너지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구개발(R&D)을 100건 이상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산업부 장관 주재 민관합동 산업디지털전환 위원회에서 발표한 'AI + R&DI 추진전략'의 후속조치이다. 산업부는 기술혁신의 비용을 절감하고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AI 활용 R&D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2032년까지 AI를 활용한 R&D 프로젝트 (AI연구설계솔루션·자율실험실) 600개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6주간 통합 수요조사를 실시해 로봇,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재생 등 총 13개 산업 분야에서 881건에 달하는 AI 활용 기술개발 수요를 파악했다. 전문가들과 함께 수요조사 결과를 검토한 후, 현재까지 업종별 프로그램형 사업을 활용해 수요과제 74개를 1차 공고했으며 2차로 30개 이상의 수요과제를 추가 공고할 예정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연구용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산업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내년도 신규사업 예산을 확보해 지원할 예정이다.
이 모델은 대량의 데이터를 사전 학습하여 확장성과 범용성을 갖추고 있어, 산업별 기술개발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 기업·연구소의 연구자들은 연구용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연구 현장에서 필요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산업부는 AI 활용 기술개발 수요가 높은 전략 분야를 선별하고, 연구용 AI 파운데이션 모델별로 신규사업을 기획해 추진할 계획이다. AI와 로봇 공학을 활용해 자동으로 실험을 수행하는 기업 공통활용 자율실험실도 올해 도입한다. 시범사업으로서 표면처리용 도금액을 자율실험으로 개발하는 산업혁신기반구축 신규 과제를 상반기 내에 공고하고 착수한다. 산업부는 AI 자율실험실을 산업혁신기반구축 로드맵에 반영하고 내년부터 자율실험실을 체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소버린 AI(인공지능) VS 개방과 협력 모델
40대의 패기만만한 나이와 스마트하다는 세평을 등에 업은 신임 하정우 AI수석은 임기 내내 이재명 대통령의 AI 공약을 완수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자자체, 학계 전문가, 민간기업의 브레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정책 방향을 숙의하는 한편,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골몰할 전망이다. 신임 하정우 AI수석은 AI 선행연구와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이끈 실무형 전문가로 알려졌다. 2017년부터 클로바 AI리서치 리더로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개발을 총괄했고, 2023년부터 AI 기술 상용화를 하는 이노베이션센터장을 맡았다. 업계에서는 AI 개발과 운영을 모두 담당한 경력 때문에 100조 원의 AI 투자를 이끌 ‘컨트롤 타워’에 등용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순수 국내파’ 하 수석은 미국이 주도하는 AI 생태계에 맞서 소버린(주권) AI를 주장하는 입장이다. 소버린 AI가 있어야 한국의 IT 서비스가 글로벌 기업에 종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모델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AI 서비스가 파생되는데, 해외 기술에만 의존하고 국내 AI 모델이 없을 경우, 사용료를 일방적으로 올리면 국내 기업들은 협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들도 향후 국방·공공 부문에서 AI의 쓰임새가 늘어나면 안보 차원에서라도 소버린 AI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 대통령도 AI 기본사회, 국민 모두의 AI, K-AI, 소버린(주권) AI 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국가대표 AI를 개발해 모든 국민이 사용하도록 하자는 주장의 뒷받침이다. AI 데이터센터,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등 국가적 차원의 인프라 투자도 강조된다. 하지만 소버린 AI가 우리나라 현실에 효과적인 전략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발견된다. 대척점에 서 있는 주장에서는 현재 생성형 AI, 특히 거대언어모델(LLM) 분야는 미국과 중국의 소수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만큼, 우리나라가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독자 LLM을 개발하더라도 글로벌 수준의 성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미 국내 이용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챗GPT 등 글로벌 AI를 활용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도구를 선택할 시대는 아니라며,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윈도우, 안드로이드 등 글로벌 표준을 대체하려던 시도가 번번이 실패한 사례를 근거로 들고 있다. 십 수억 인구의 중국만이 부분적으로 성공했을 뿐, 글로벌 시장에서는 범용 도구와 기술 표준이 몇 개로 수렴되는 것에 불과한 만큼, 우리의 강점인 응용력과 빠른 적응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많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외국의 LLM을 활용해 다양한 AI 서비스와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으니 인프라와 인재 양성, 유치의 투자 방향을 지금부터 제대로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들은 외국의 LLM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데 뛰어나기 때문에, 정말 예산이 필요한 곳은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응용 시장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 활용 서비스 가능성 풍부
국가와 공공이 이끌고 민간이 호응하는 정책이 효과적
전문가들과 산업 현장에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AI가 글로벌 트렌드의 가장 큰 물결이라는 대전제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국가와 공공, 민간 산업 전 분야에 걸친 AI의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토론과 협업의 장은 앞으로도 더 뜨거워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