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Do Dream_쉐코

“기름 한 방울 샐 틈 없습니다”
청정바다 지키는 해양방제 기술

쉐코 권기성 대표

해양오염 방제에 관한 신기술이 조명받고 있다. 지난 2007년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고는 국내 최대의 해양오염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민·관·군이 합동으로 해상방제 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소규모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에선 총 2,600건 이상의 크고 작은 해양오염 사고가 발생해, 기름, 유해화학물질 및 폐기물 등이 5.484㎘ 유출됐다. 이에 따라 해양오염과 어업, 관광업종 종사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환경 모빌리티 개발 스타트업인 ‘쉐코’가 해상에 유출된 기름을 방제하는 ‘쉐코 아크’를 개발해 든든한 ‘해양 지킴이’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기름 유출사고는 매년 250회 이상, 34시간당 1건 이상, 이틀에 한 번 꼴로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소규모 유출입니다. 하지만 국내 보급된 기름 회수기들은 대형 사고에 특화된 장비이기 때문에 시간이나 운용 비용 등의 문제가 존재합니다. 현장 가동률이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죠. 현장의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장비나 기술이 특화되어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91년생. 올해 31살의 젊은 CEO, 쉐코의 권기성 대표는 수질 정화 로봇 ‘쉐코 아크’에 대해 설명할 때, 해양 수질오염 현장의 문제점을 먼저 거론한다. 기름 유출사고의 92%를 차지하는 1000ℓ이하의 소규모 사고는 대부분 사람이 흡착포를 이용해 제거하는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라 여전히 오염의 원천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소규모 유출 사고에 바다는 무방비

‘쉐코 아크’는 무선 · 원격 조종을 통한 방제작업이 가능해 선박 사이, 교량 아래, 배수로 등 기존 장비는 진입이 불가능하던 현장에서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쉐코 아크의 등장으로 불가피하게 사람이 투입되던 현장 작업이 자연스럽게 자동화됐고, 성능은 수작업보다 더 확실한 결과로 증명된다. 정화 로봇 ‘쉐코 아크’가 투입되면 작업자의 오염물 접촉 방지는 물론 고강도 육체노동까지 줄일 수 있어 안전한 현장 작업을 보장한다. 흡착포를 던져 기름을 흡수시킨 후 회수하는 기존 방식은 작업자가 유독성 기름에 노출돼 당연히 건강을 해치기 마련이다. 작업을 마친 흡착포를 소각할 때 발생하는 탄소로 인해 제2의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았으니, 쉐코 아크는 이러한 단점을 모두 해소하는 획기적 발상인 셈이다.

“대학교 4학년 때 학내 창업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이 때 태안 기름유출 사고 현장을 접했습니다. 인천에서 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평소바다에 관심이 많았어요. 자연스럽게 해양 오염 방제를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저는 무역학과 출신이라 과학적 지식이 부족해 기계공학과 학우와 함께 연구 개발을 시작했죠. 지금 저희 회사의 CTO를 맡고 있는 학우와 다양한 전문지식을 찾고 공부하며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권 대표는 그렇게 창업 동아리에서 생긴 호기심을 사업 아이디어로 발전시켜 창업에 이르게 됐다. 대학을 졸업하던 2017년에 2년간 예비 창업 과정을 거친 뒤 2019년 정식으로 스타트업 ‘쉐코’의 닻을 올릴 수 있었다.

“흔히 일반적 인식에서는 해양오염 사고를 떠올리면 대규모 재난 상황만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소규모 유출 사고가 대부분이더군요. 하지만 그에 맞는 장비가 없어 수작업으로 기름을 제거하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더군요.”

권 대표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소규모 기름 유출사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천후 로봇이었다. 개발만 제대로 되면 시장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확신 아래 연구 개발에 매진한 끈기는 결국 ‘쉐코 아크’의 출시로 이어졌다. 쉐코의 쾌거에 SK이노베이션,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쉐코에 투자를 결정했다. 특히 쉐코는 2020년 SK이노베이션 구성원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환경 소셜벤처를 지원한 ‘SV2 임팩트 파트너링 시즌2’ 협약을 체결한 소셜벤처로 유명세를 탔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대기업에서도 ESG 전담부서를 조직하는 등 ESG 경영에 발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최근 트렌드는 쉐코 아크의 전성시대를 열기에 충분했다.

“최근 글로벌 해양모빌리티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쉐코가 개발한 수질 정화로봇이 현재 유수의 기업들이 원하는 ESG 경영, 해양모빌리티 시장 진출에 부합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도 좋았고 연구 개발에 대한 의지와 끈기가 통했고 시대적 트렌드에 적기 출시, 즉 타이밍도 잘 맞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질 정화로봇 쉐코 아크의 방제효과 성능은 놀라울 정도다. 영상 인식 시스템을 통해 해상에 뒤덮인 기름 위치를 파악하면, 스크루 장치가 작동해 물과 기름을 동시에 빨아들인다. 흡착식의 기존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흡입식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이후 내부 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물과 기름을 분리한 후 기름은 회수통으로, 물은 다시 바다로 흘려보내는 실시간 방제 기능을 장착해 청정한 바다,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는 데 손색이 없다. 유회수기는 해상에 유출된 오염물을 흡입·흡착해 수거하는 장비로 기존 유회수기는 조립과 투입, 운영 등 전 과정에서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했다. 반면 쉐코 아크-M은 조립이 필요 없고 원격 조정이 가능해 비전문가도 사용할 수 있다. 쉐코 아크는 특히 방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쉐코 아크를 이용하면 기존 방식보다 10배가량의 시간 단축은 물론, 흡착포를 80% 이상 절감시켜 흡착포 소각 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80% 줄일 수 있다는 게 권 대표의 설명이다.

이어지는 투자 · 협업 · 지원의 순풍

쉐코는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수행과 테스트베드(기술·제품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시스템) 확보를 통해 기술 개발 및 대기업 투자유치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에서 5억 원을 투자받아 시제품을 개발했고 오염 물질 제거 프로젝트를 기획해 성공시킨 것은 쉐코의 기업 이름을 업계에 널리 알린 계기가 됐다. 2021년 10월 해양환경공단, SK이노베이션과 해양환경보호를 위한 양해각서 및 업무협약(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을 체결해 해양 오염물질을 수거하는 등의 공동 캠페인을 진행해 시장 선점업체로서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 해양환경공단과 함께 제주해양자율방제대에 보급한 쉐코-아크M을 제주도 화순항에서 시연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조달청 혁신제품으로도 지정돼 시범구매 사업을 통해 5대를 공공기관에 납품해 회사의 첫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를 앞두고 발표된 ‘CES 혁신상’을 수상해 쉐코의 명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쉐코는 CES 2024에서 소규모 해상 누유 사고용 유회수기 신모델 ‘쉐코 아크-M(Sheco Ark-M)’이 드론·무인시스템(Drones & Unmanned Systems), 인간 안보(Human Security for All) 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거침없이 순항하는 쉐코의 고민은 정작 선행모델이 없는 데에서 발생한다. 쉐코 아크는 회수·유수분리·저장 등 3가지의 매커니즘을 담은 해양 로봇 형태로서 전 세계적으로도 양산화된 모델이 없었다. 몇몇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이를 실현화하고자 했지만 모두 연구 단계에서 멈췄고 양산화하지 못했다. 권 대표는 선행학습 없이 처음부터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대학생 시절 시작한 사업이라 경험과 인맥이 부족해 협력 네트워크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쉐코가 만들고자 했던 제품은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대상이 아닌 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기업과 기업 간 거래(B2B) 대상의 제품이다. 네트워크 없이 사업을 차질 없이 존속하기 어렵다는 것을 몰랐던 권 대표는 당황했지만, 주저앉아 있기에 그는 너무 젊고 패기만만했다. 무작정 해양 환경산업 관계자들을 찾아가 만나고, 전국의 관련 산업 세미나 현장을 찾아 전문가들과 즉석 인터뷰를 부탁하기도 하는 등 하나둘 그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갔다.

“한 마디로 겁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진리를 현장에서 실천해 나가는 모습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현재는 2,000여 명 이상의 현장 관계자분들과 연락을 유지할 정도로 네크워크가 탄탄해졌습니다.”

해외 수출에 전력,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

쉐코는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해외의 해양 방제 관련 시장이 국내보다 150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현재는 사우디, 아부다비 등의 중동시장에서 대형 정유사들과 제품 수출·투자를 협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국영항만공사와 판매 계약을 진행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캐나다는 내년이면 수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미국, 일본, 호주 등 해외 각지에 수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쉐코의 수질 정화로봇에 대해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조만간 확실한 성과가 날 수 있다는 게 권 대표의 장담이다.

“해외 시장을 두드리면서 쉐코의 기술력을 한층 높이는 데도 신경을 쏟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기술적 목표는 기름 외 해양플라스틱·녹조·세노스피어·스컴 등의 오염물질에 대응 가능한 모델을 추가 개발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오염물 인식 인공지능(AI) 및 로봇 연동형 빅데이터 등을 개발할 예정인데, 최근 경쟁사들이 생기고 있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쉐코는 공공기관, 국내외 기업 등과 함께 해양 오염물질을 인식할 수 있는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능을 개발해 글로벌 해양 방제 시장의 자동화, 무인화에 따른 로봇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쉐코의 거침없는 행보 자체만 놓고 본다면 놀라울 정도의 발전 속도다. 올해 4월 해양수산부 해양환경관리법 하위법령 일부개정안 발표 이후 국내 최초로 해양수산부 방제 로봇에 등록된 쉐코 아크-M이 양산되면서 제품 판매, CES 2024 혁신상 수상 등 국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첨단로봇 산업전략 1.0’에도 반영된 쉐코 아크-M에 자율주행, 빅데이터 사고 환경 분석 기능 등을 추가해 완전 자율 방제 실현에 앞장서겠다는 것이 권 대표의 야심찬 계획이다.